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송광사 뜨락에서-1

아름다운 마무리는 단순해지는 것이다.

하나만으로 만족할 줄 안다.

불필요한 것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자기 자신과 더욱 가까워진다.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가릴줄 안다.

문명이 만들어 낸 온갖 제품을 사용하면서 어느것이 진정으로 내 삶에 필요한가. 나는 이것들에 의해 진정으로 행복한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하여 불필요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법정스님의-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산수유가 겨울을 이겨낸 가지끝으로 노란 물감을 퍼트린다.

봄하늘의 노란 파스텔 물감을 던진 듯 한 잃어버린 색감을 전남 순천 송광사 뜨락에서 만난다.

법정스님의 49제가 이삼일 남겨 놓은 겨울도 아닌 것이 봄도 아닌 것이 계절을 가늠하기 어려운 3월말의 여행이다.

송광사 법당에 홀로 앉아 있는 법정스님의 영전앞에 잠시 침묵을 한다.
너무도 많은 진실을 잃어버린 사실을 삶의 진정한 가치를 오랫동안 버려놓았던 순수를 스님은 이슬처럼 젖져 놓고 떠났다.

법당을 홀로 지키는 법정스님의 눈빛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스스로 헙헙한 것으로 메워진 가슴들이 한순간에 스러진다.
저녁공양을 자시러 가는 외국스님들의 맑은 걸음이 송광사 뜨락을 쓸고간다.

길샘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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