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화이바, 친구냐 원수냐
품질보다 가격경쟁으로 난투극
동반자적 상생보다 입찰 단가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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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워터코리아에 통로를 사이에 두고 전시관을 운영 중인 코오롱(좌)과 한국화이바(우) |
‘2010 워터코리아’ 에서 코오롱과 화이바 두 업체는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둘 다 동일한 소재 GRP(유리섬유복합관) 파이프 전시라는 점에서 동반자적 관계로 형성된 듯 보였다. 그러나 전시장을 떠나 국내 시장에서는 두 회사가 시장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져 울고 웃는 시소게임이 연속되고 있다.
왜 싸우느냐 대신, 화이바와 같은 파이프 아닌가? 라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코오롱은 대기업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중임을 강조했다. 조만간 기자들을 부를 예정이라며, 코오롱 측 입장을 들려주었다.
코오롱은 작년에 처음 GRP파이프를 팔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매출도 지난해 비해 2배 이상 신장되었다. 상수 보다 하수 쪽이 더 많이 팔린다. 처음 들어가는 시장이라 시장 확보를 위해 가격을 싸게 들어간 것도 사실이지만 ‘받을 만큼 받았다.’는 담당자 전언으로 보아 밑진 장사는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코오롱이 기존의 시장을 빼앗는 것 아니냐 물었더니, 결단코 아니라며 도리질을 쳤다. 강관과 주철관 시장에서 신소재 유리섬유복합관으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놓았으므로, 오히려 서로 상생하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주장이다.
코오롱과 달리 한국 화이바 측은 할 말이 아주 많았다. -제품을 납품하려면 보통 기술 영업에 2, 3년 걸린다. 화이바가 영업을 하고 3자 조달 입찰 단가를 설계에 반영, 계약 단계에 이를 때쯤 코오롱은 10% 싼 일반 입찰 가격을 제시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의 저렴한 가격 공세에 중소기업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 화이바는 이런 상태를 손도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코오롱의 상생 역할론에 대해 코오롱으로 인한 직간접적 손해액이 무려 230억 넘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타 지자체나 판매처에 화이바가 강관으로 공사하려던 것을 코오롱이 들어가 GRP로 교체했다면, 확대 보급이라는 주장이 맞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화이바가 공들인 곳에서 코오롱이 집중 공략한 것은 반칙임을 예까지 들었다.
코오롱은 건설사가 있어 파이프 관련 정보도 빨라 화이바가 3년 전부터 영업해 놓은 것도 힘 안들이고 가져갈 수 있다. 화이바는 전국에 대리점이 17개로 기술 영업을 하려면 영업비 때문에 한계를 겪는다. 후발주자인 코오롱은 영업비 한 푼도 안들이고 가격으로 치는 바람에 적자 보며 판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코오롱 본사 기술 고문과 영업부의 핵심 인물은 ‘우리 사람들’로 중요 기술 인사를 다 빼갔다. 이런 형국을 어군탐지기로 탐지해놓고 배 띄워 그물 끌어올릴 때가 되면 낚아채 가는 격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화이바 측에서는 -유리 섬유관 개발 시 2가지로 개발 방향을 설정했으나 불안전한 요소가 있어 한 가지 기술을 포기했다. 코오롱 유화 사업부는 연간 1300억 정도 흑자지만 GRP판매에서는 20억 정도 적자이고, 화이바는 600억 팔았으나 남은 것이 없다. 재력을 내세운 전략은 상도덕에도 어긋나고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며 목청을 높였다.
기술 독점은 화이바도 원치 않는다. 코오롱이 진입한 것 자체도 긍정적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짓밟는 잘못된 상행위가 문제이며, 후발주자로서 상도덕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술 경쟁으로 발전해 간다면 후발주자와도 상생적 사업전략을 재구성 할 수 있다.’며, 코오롱의 영업 전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기정(kkj@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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